뿌리깊은 나무를 보았다. 1회 부터 빠짐없이 보았다. 세종대왕 그리고 한글에 대해서는 경기도 여주 태생인 나에게는 아주 익숙한 소재이다. 경기도 여주에는 세종대왕이 잠드신 영릉이 존재한다. 현재에 영릉에는 릉 뿐만 아니라 박물관이 존재하는지라, 여주 사람들은 한 두번씩은 아마도 가봤을 것이다.
뿌리깊은 나무를 보면서 사실 세종대왕이라는 한글을 창제한 한 사람보다는 '한글' 자체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 졌다. 또한 현재 필자가 다니고 있는 회사 역시 한국어 검색을 기반으로 하는 검색엔진 업체이기 때문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게 되었다. 내가 아는 한글은 초성 중성 종성으로 이루어져 있고, 자음과 모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총 24자(원 28자)가 존재한다는 것 뿐이다. 물론 고등학교, 대학교때 국어 관련 수업을 들으면서 된소리 법칙 등에 대해서 배운적이 있다.
[한글에 대한 우수성]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전 회사에서 언어 관련 프로젝트를 할 일이 있었다. 언어 학자라기 보다는 키패드를 만드는 발명가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주는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는데, 세계의 수많은 글자에 대한 입력 구현을 하는 작업이었다. 다국어 프로젝트였는데 중국어, 일본어를 제외한 한국어, 영어, 키릴어, 히브리어, 그리스어, 아랍어를 지원하는 키패드를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해당 프로젝트를 하면서 느낀점은 한글이라는 글자에 대해서 좀더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한글은 아랍어처럼 똑같은 여러 글자를 연달아 썼을 때 형태의 변형이 없으며, 또한 영어처럼 하나의 글자를 여러 형태로 발음하지도 않는다. 조합자이기 때문에 글자체를 만드는데 어려움은 있지만, 한글 자체는 뭔가 과학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글에 대한 나의 생각.
네이버의 한글 사랑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서 한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에게 한글은 무엇일까? 그냥 한국안에서의 의사소통을 위한 글자? 이런 생각도 들었다. 너무 우리 한국사회가 미국에 대한, 서양에 대한 사대주의에 빠져서 영어를 더 한글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굳이 영어를 쓰지 않고 한글로 대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어를 더 쓰는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 과정에서, 최근에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네이버의 한글 관련 프로젝트를 보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정도 규모가 되니까 그럴수 있다고 하지만, 나눔고딕이라는 글자체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단순히 배포하는 것이상으로 네이버 사이트에서 직접 사용자가 적용해 볼 수도 있고, 아름다운 한글 서식문서를 배포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것이 바로 '한글을 사랑하는 자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코딩용 글꼴도 있다.)
[나눔고딕 찾아보기]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한글을 사랑할 수 있을까?
영어의 사용은 불가피하다. 특히 정보기술(IT)에 있는 사람들은 더 그렇다. 사실 나는 업무중에 대부분을 영어를 쓴다. 말이 아닌 글자. 영문 기술문서를 찾아보고, 또는 영문으로 코딩을 한다. 그건 어쩔수 없다. 어떤이들이 말하는 한글의 축약현상 혹은 ㅇㅇ, ㅋㅋ 이런것을 한글의 파괴현상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것이 한글의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영어의 ASAP를 쓰는것과 같다. 21세기의 또 다른 한글의 진화하는 모습인것이다.
ㅇㅇ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응. 알겠어." 라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ㅋㅋ" 라는것은 이제는 웃을때 쓰는 것이상으로 "ㅋ" 의 개수 만큼 자신의 신나는 감정 표현을 말한다. "...." 을 길게 쓰는 것은 단순한 말 줄임표가 아닌 나의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말한것과 같이 언어/문자란 역병과 같은 것이어서 한 사람이 쓰고 그것이 편하다고 생각되어 지면 빨리 퍼진다. 그리고 그런 현상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 지금 시대에는 인터넷이고 소셜 네트워크인 셈이다. 그렇기에 막을수 없고, 막는다고 막아지지 않는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어떻게 한글을 나 나름대로 사랑할수 있을까?
나는 프로그래머다. 한글 자판은 이미 나와있고, 한글을 위한 워드프로세스 역시 나와있다. 그러면 나는 할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일까? 그러던중 문득 생각이 들었다. 글자라는 것은 말(음성)과는 다르게, 형태가 있기 때문에 눈으로 보이고 많이 보여야 사람들도 많이 쓰게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즉, 한글을 사랑한다면 많이 써야하고, 많이 모니터 혹은 공책 등에 표시가 되어야 한다.
나는 내 나름대로의 나만의 한글을 사랑하는 방법을 정했다. 그것은 외래어 특히 영어를 영어 그대로 쓰지 않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웃긴것 같다. 영어를 쓰는 나라에서 그 나라 책이나 그 나라 사람들이 쓰는 블로그, 뉴스, 기사에서 우리나라를 "한국" 이라고 쓰는가? 아니면 "KOREA" 라고 쓰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무 블로그에서 한글과 영어를 혼용해 왔었던 것 같다.
사실 좀 부끄럽다. 한편으로는 너무 영어를 쓰면서 영어좀 안다. 이런 아는척 한것이 아닌가.
그래서 나만의 한글을 사랑하는 방법으로 외국어를 외국어로 쓰는 것이 아니라, 한글의 외래어 표기법대로 쓰는 것으로 정하기로 하였다. 즉, Python 이라고 썼으면 파이썬 혹은 파이썬(python) 이런식으로 쓰는 것이다. 어려운 글자들도 많다. pydev 를 파이데브 이렇게 쓰는 것은 좀 어색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익숙한 것은 어느 것도 없다. 자꾸 쓰다보면 늘게되고, 익숙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각자가 할수 있는 한글 관련 프로젝트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산돌광수 커뮤니케이션 대표 : 석금호]
우린 각자가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을것이다. 어떤 사람은 디자이너, 어떤 사람은 프로그래머, 어떤 사람은 사무직 등등. 곰곰히 생각해 보면 각자의 능력을 가지고 한글을 사랑할수 있는 각자만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폰트를 만들고, 어떤 사람은 한글관련 소스코드를 만들고, 어떤 사람은 한글 관련 서식을 만들고. 재밌을 것 같다. 1년 동안 한번 앞에서 말한 외래어 표기에 대한 수정 작업도 진행해 보고 나름대로 '한글사랑 프로젝트' 라는것도 해서, 2012년 10월 9일 한글날에 각자의 블로그를 통해서 발표해 보는것도 좋을 것같다.
최근에 한글에 대한 원리 그리고 역사와 구성에 대해서 알고자 서점을 찾았다. 그리고 한글의 원리, 한글 이라는 단어로 교보문고의 도서검색을 해 보니 "한글의 탄색 : 문자라는 기적" 이라는 책이 보였다. 이런책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긴 하다만, 저자가 노다 히데키라는 일본인 이라는 점에서 솔직히 좀 많이 아쉽다. 국어국문학 뿐만아니라 인문학 자체가 실종이 된 상태이긴 하지만, 현재 남아 있는 학자라도 뿌리깊은 나무를 통해서 이렇게 세종대왕과 한글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점에서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수 있는 한글에 대한 책을 한권쯤 내놓은 것 역시 그들(국어국문학자)이 할수 있는 최소한의 한글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